dreamwalker






에르메스는 매년 어떠한 테마를 가지고 매장 윈도우를 꾸미고 있는데
2015년은 “플라뇌르(Flâneur, 산책하는 사람)” 이었습니다.

그래서 테마에 맞는 내용을 생각해서 아래와 같은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밑의 글을 읽고 아래의 사진을 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드림워커는 사전적으로 본인이 수면 중 꾸는 꿈을 컨트롤 할 수 있거나 꿈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뜻하지만, 우리는 ‘꿈에서의 산책’이라는 의미로 재해석하여 2015년 겨울 시즌 윈도우를 꾸미고자 한다.     

겨울이 되면 많은 것이 멈춘 듯이 보인다. 
화창한 봄여름 산과 들로 긴 산책을 떠나던 사람들도, 매일 동네 카페로 짧은 산책을 떠나던 사람들도 
바람이 뾰족해지기 시작하면 어느새 보이지 않고, 거리가 고요하다. 
온갖 알록달록한 낙엽으로 생을 뽐내던 나무도 죽은 듯 멈춰있고, 공원을 바쁘게 움직이던 다람쥐들도 보이지가 않는다. 
자연도 역시 고요해진다. 
사람도, 나무도, 동물도 겨울을 맞이하며 움직임을 멈추고 다음해의 봄을 준비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인간은 학교도 가야하고, 출근도 해야 하고, 돈을 벌어 집세도 내야하기 때문에 동물과 나무처럼 길고 긴 잠에 들 수는 없다. 
아무리 추워도 지상에서 바람을 맞고, 땅을 밟고 움직여야하며, 뜨끈한 침대에서 빠져나오기가 죽는 것만큼 싫어도 
결국 꿈에서 깨어나야 하지만, 겨울잠을 자는 많은 동물들은 땅 속에서 긴 시간동안 가만히 누워 마음껏 꿈을 꿀 수 있다.   

꿈이란 신기하다.
꿈을 꾸면 오래전 돌아가신 할머니를 만날 수 있고, 지난여름 가지 못한 휴가지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마음껏 누워 있을 수도 있으며, 
순식간에 지구 반대편 파리로 날아가 샹젤리제를 하루 종일 걸을 수도 있다. 심지어 다리도 전혀 아프지 않다. 
게다가 내가 원한다면 에르메스 본점에 들러 쇼핑도 마음껏 할 수 있다. 
이쯤 되니 겨울잠 자러 들어가는 동물들이 마냥 부러워지기 시작한다. 
어쩌면, 도토리 줍는 거 외엔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던 다람쥐가 앙큼하게도 땅속에 도시를 세우고, 
먹거리 가득 쌓인 창고에서 도토리를 꺼내 묵도 쒀먹고, 자고 싶은 만큼 자고, 꾸고 싶은 만큼 꿈을 꾸다가 몸이 근질근질해질 때면 
밍기적 밍기적 일어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며 지상의 겨울을 피해 포근한 땅 속에서 얄미울 만큼 부러운 겨울을 지내는 것은 아닐까.

겨우내 땅 속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잠을 자고 있는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 
싹이 돋아나기 전까지의 땅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 
꽁꽁 얼어 바다를 부유하는 빙하 속에는 아무것도 살아있지 않은 듯이 보인다. 
하지만 잠을 자고 있는 사람이 꿈속에서 하늘 위 비행기보다 빨리 날아가고 있을지, 
범고래와 함께 태평양을 헤엄치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이처럼 멈춰있는 것이 모두 진짜로 멈춰있는 것이 아니다. 
다리를 차올리고 팔을 휘저어 걷는 것만이, 어디론가 이동하며 현실의 배경이 나를 스쳐지나가는 것만이 산책은 아니다.  
내년 봄을 기다리며 겨울잠에 드는 다람쥐의 지하도시생활도, 일 억년 후 깨어날 날만을 기다리며 빙하 속에 잠들었을 공룡들도 
모두 나의 유치한 상상일지도 모르겠지만. 꿈이라면 무엇인들 꿈꾸지 못하겠는가.
자면서 꾸는 꿈도 꿈(dream)이고, 희망을 담은 꿈도 꿈(dream)이고, 허황된 망상을 꾸는 꿈도 꿈(dream)이다. 

그리고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꿈은 이뤄진다(dream come true) 라고.

글: 김윤하




-디자인, 제작, 설치: 김윤하, 박길종, 송대영
-시안 그림: 송대영
-시안 글: 김윤하
-설치 도움: 신동환, 은혜용달
-장소: 에르메스 신라 호텔-기간: 2015년 11월 중순부터 2월 중순

Installation window realized by Kiljong Arcade in 2015 for the Hermes store 
Photo Sangtae Kimⓒ Hermes